본문 바로가기

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봉선화 연정

keyjohn2017.06.17 13:15조회 수 43댓글 1

    • 글자 크기

내 가게 건물위로 두배나 높은 나무에서

가을마다 낙엽이 쌓여 썩고 또 쌓여 

두둑한 화단이 되었다.


4월쯤 봉선화 꽃씨를 심었더니

부단없이 자라 연두색 줄기가

올리브색이 되고,

마디 사이가 연갈색으로 변색될 무렵,


잎이 무성해지고

가지 사이에 작은 돌기들이 생기더니

돌기마다 여지없이 꽃이 맺히고,

잎에 비해 꽃이 초라하단 불만이

가시기도 전에 서둘러 씨방이 맺히고

씨방이 익어간다.


봉선화를 처음 보는 이웃들은

다양한 호기심을 보였다.

 

채소냐 꽃이냐를 가장 많이 묻고,

잎 모양이 대마초 같은 데

말려서 피우면 어떤 향이 나냐고도 한다.


시니어들은 씨앗이 익으면

화분에 심게 나눠달라고도 하고,


꽃이름이 'touch me not'이유를 

씨앗을 만져보고 비로소 알았다며

즐거워 한다.


꽃잎을 따 손님들에게 주며

물론 손톱물들이는 방법도 가르쳐 주었다.


며칠 후 봉선화꽃 물들인 손톱을 보이며

신기해 하길래,

첫눈 올 때까지 손톱에 꽃색이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했더니

애틀랜타는 눈보기가 어려워

첫사랑과 만나기도 어려울 것 같단다.


첫사랑도,

'봉선화 연정'도 다 부질없다고 생각하니

90도 넘는 여름낮도 

서늘하게 느껴진다.





    • 글자 크기
안착 수치

댓글 달기

댓글 1
  • 아주 아주 오래전 엄마가 아직은 꼬맹이였던 제 손톱에 

    봉숭아 꽃잎을 빻아 물들여주셨던 기억이 엊그제 적 일처럼 생각 나네요,. 

    그땐 정말 엄청나게 신기해했었는데 말이예요,.... ^^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62 1박 2일 2015.06.13 63
161 아름다운 간격 2017.09.02 104
160 불행이 줄지어 와도 2017.01.06 48
159 보라색 셔츠 2018.03.30 39
158 White 특수 2020.02.29 36
157 무기력한 오후 2018.06.23 45
156 절식 2018.03.31 46
155 당신이었군요1 2015.03.14 139
154 이웃집 여자1 2015.07.23 9596
153 고국여행 1 (해후)1 2017.11.07 42
152 안착1 2018.01.02 33
봉선화 연정1 2017.06.17 43
150 수치1 2017.04.12 47
149 뒷담화1 2017.09.18 49
148 Super Bowl 유감1 2017.02.09 54
147 진저리나는 사랑1 2018.08.22 63
146 유정1 2021.04.29 39
145 봄날에 생각하는 실존1 2015.06.26 103
144 블랙베리 과수원1 2017.07.18 88
143 계단 오르기1 2018.01.29 47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