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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블랙베리 과수원

keyjohn2017.07.18 16:26조회 수 88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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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스모키 마운틴 가는 길목의 블랙베리 과수원에 다닌다.


이른 아침  M'cDonald 커피 한잔을 사들고 

오르고 휘돌고 , 내리치는 구비를 돌자면

정선까지는 아니어도 고창 선운사 가는 길 정취는 된다.


조용필의 노래처럼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을 지나,

오른쪽으로 하얀 교회 청탑이 보이는 Tiger Rd.를 끼고 왼편으로 돌아,

시아버지 며느리 두고 잔소리 할만 한  촌각을 지나면

블랙베리 과수원이 있다.


목굵고 탄탄한 몸집의 아미고들이 

과수 사이에서 타코 새참을 먹다가

"꼬래"하며 엄지를 세우고,

방학을 맞아 손주들 데리고 온 벽안의 노인은

오랜 만에 만난 횡재에

은색머리 군데 군데 웃음을 달았다.


장화를 신고 목에 수건을 두르고

먹자주 색으로 익은 블랙베리를 따노라면,

붉은 태양 아래

시련을 견디는 투사인 양 맘이 치열해지며

'좋아서 하지 누가 시켜서 하면

살인나지 '혼자 실소도 한다.


나보다 한봉지나 더 딴 아내는 

"잘익고 짓무른 건 자기 입에 넣어"라고 잔소리를 한다.

파운드를 달아 돈을 계산하고

홈메이드 잼과 슬러시를 사들고 엑셀을 밟으니,

"집에 젓먹이가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서두르지 말라"고  옆에서 지청구 한다.


귀가 길에

오랜 당뇨로 고생하는 지인에게 한봉지를 전하고,

작은 지퍼백에 나눠 냉동실에 얼려 두고

겨울까지는 먹을 생각을 하니

도토리 모아 논 다람쥐가 이맘 아닐까 싶다.


이른 아침  아내가

우유에 바나나,  카카오가루

블랙베리를 넣어 스무디 만드는 소리에,


불끈 일어나 부엌으로 가니

"블랙베리 먹기도 전에 효과봤네"하며

아내가 야한 웃음을 실실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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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일기 (by keyjohn) 나는 에르메스의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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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모아 놓은 도토리 어디에 숨겨 놓았는지 다람쥐 기억을 못한다네요

    불랙베리 나도 먹고 싶다 ㅋㅋㅋ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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