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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발자국

keyjohn2021.02.26 18:47조회 수 62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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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잠깨 투덜대는 새벽을 데리고 

바닷가를 걷는다.


먼저 간 발자국은 슬프다.

그를 신새벽 바닷가로 이끈 고뇌로,

바닷새 하나 없이 혼자였을 테니.


외줄로 이어진 발자국은 영원이다.

그 발자국에 내 발을 덮으려니

본 적 없는 누군가의 상념이 전해지고,

뒤따르는 자의 발자국이 또 나의 그것을 덮을 테니.


발자국은 그리움이다.

육지 깊은 곳에 머물러 내 곁에서 먼 그들,

그들과 함께 한 일상이 파도에 사무치게 

실려오므로.


새벽은 어느새 사라지고

해맑은 아침이 내곁을 걷고 있다.

 

*글쓴이 노트


오랜만에 아내와 의기투합

코로나가 만든 장애를 벗어나

걸프만행을 감행했다.


옥색 바다도, 비릿한 해변도,

도회적인 회색 호텔들도 여전한데

인걸만 간데 없었다.


어느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코로나로  비범하게 산 날'들을 추억으로 그리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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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에 대하여 가을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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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시를 읽는 순간 

    아! 하고 오르텅스 블루의 시

    사막의 발자국이 떠올랐습니다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겨울과 봄이 함께 있는 바닷가를 거닐며

    상념에 젖었을 누군가의 발자국에 시인님의 마음이 덮혔듯이

    지금 쯤 누군가 시인님의 상념을 느끼며 잇대어 걸어가고 있겠지요


    즐감했습니다

  • 이설윤님께
    keyjohn글쓴이
    2021.2.27 08:08 댓글추천 0비추천 0

    감정을 언어로 옮기는 기술이

    문학적 감흥 혹은 완성도에 결정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래밭을 걷다가,

    외로운 누구는 뒤걸음쳐

    자신의 발자국을 보며

    위안을 얻었군요.


    절망과 찬탄을 느낍니다.

    절망은 제몫이고, 찬탄은 이방문인에게 바칩니다.


    항상 감사와 안녕을 드립니다.


  • 은유의 향연이 폐속 깊이 들어와 깊은 숨을 내 보내고 있습니다.

    글 쓴이 노트 또한 시 한 편이네요. 

    시의 규격까지 잘 지킨 시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 강화식님께
    keyjohn글쓴이
    2021.2.27 08:19 댓글추천 0비추천 0

    문학이라는 못에 손끝을 담그고 산다는 나약한 근거로

    휴가지에서도 '뭘 쓸까?'를 고민하게

    해주신 독설? 고맙습니다.


    가수들이 힘빼고 노래할 때

    듣는 이들이 감동하듯,

    저도 힘빼는 연습해 보렵니다.


    LA생활과 비교해 커진 물리적인 상실 대신

    정서적인 보상꺼리를 찾으셔야 할텐데... 




  • LA 보다는 평온하고 공기 좋고 조용해서 좋은데

    그 만큼의 무게로 다가오는 현실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때로는 즐거움을 주는 위트와 위로의 글로

    허전함을 채웁니다.

    마음을 읽어줘서 감사합니다.


  • keyjohn글쓴이
    2021.4.22 21:50 댓글추천 0비추천 0
  • keyjohn글쓴이
    2021.7.27 13:12 댓글추천 0비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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