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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춘몽

keyjohn2016.04.08 15:22조회 수 80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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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날개같은 옷을 입고

산발한 체 이리저리로 깡총거리는

아내

 

식탐 부리다 부리다 지쳐서

거품가득한 머그잔 커피를 핥다가

지쳐 누운 나

 

무지개색칠 자전거를 타고 강아지풀 덮인 벌판을

누비는 아이들

 

사람들은 그런 우리를 보고 있었다

예전에 알던 그러나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이었다

 

당뇨 앓다가 발목 자르고

식사 때 마다 이가 빠져 어금니 몇개 남기고

아파트 10층에서 떨어져 죽은 고모 아들도 보았고

 

권고사직 당하고 받은 돈

강원랜드  럭키세븐에 다 털리는 불운 뒤

알콜중독자로  떠돌다

객사한 금단이네 아버지도 보았으며

 

약혼식 뒷풀이로 타워호텔에서 술마시고

운전하다 남산 2호 터널 벽에 부딪혀 죽은

만수는 스물아홉 젊은 얼굴로 해후했다


오래 전 그들의 곁을 잠시 스쳐간 것 뿐인데

어젯 밤 그들이 내 삶을 엿보고 갔다


이승을 떠난 먼 훗날 내가 엿보고 싶은 삶은

누구의 삶일까?


아이들, 친척, 친구

아니면 별 인연없는 옆집 동생네...?

 

그들의 춘몽을 엿보기에

혹시 나는 이미 너무 오래 이승생활을

한 것은 아닐까?


하루 하루가  

춘몽 중의 춘몽이다.

 

*시작노트-겨드랑이가 서늘할 정도로 으시시하고 서글픈 꿈이었는데

꿈속의 느낌을 일관된 주제(사랑스러움, 부드러움, 공포등)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전혀 교류가 없던 자들이 나와 가족들을 보고 있었다는 것이

낯설고 두려웠다.

타인의 집에 혼자 남겨진 듯하기도 했고, 우리 집에 일면식없는 사람이 와있는 듯하기도 했고...

그꿈이 예지몽이 아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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