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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Plan B

keyjohn2020.02.01 18:31조회 수 29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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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를 위해 존재가 흔들리지 않고,

내 존재가 타인의 비난의 근거가 되지 않기를


우정의 배가 배신의 파도에 자초되지 않고,

사랑의 열차도 권태의 유혹에 멈춰서지 않기를


타인의 주검에 염세주의 철인처럼 의연하고,

내 주검이 가까워져도 긴항해의 나침반처럼

묵묵하기를


이러한 내 plan A는 

관념의 덫에 걸린 먹이였다는 것을 아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생활은 매순간 Plan A와 갈등하고 부서졌고,

나는 파계의 예감에 시달리는 수도승이었다.


소유의 향연을 위해 기도의 성전을 외면했고,

타인을 향한 비난으로 자존의 탑을 쌓기도 했다.


몇번의 오해로 우정의 배는 좌초되고,

시간은 동의도 없이 사랑열차 괘도를

열정에서 무정으로 바꾸는 결례를 했다.  


Plan A는 나를

한줌의  알곡도 수확할 수 없는 황폐한 농장주로 만들었다.


어쩌면 애초에 Plan B가 있어야 했던 건 아닐까?

 


*글쓴이 노트

 

철저한 계획 -Plan A의 무의미함에 집중해 본다.

너무 깐깐한 Plan A로 인해 내 자신 자책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맹세가 없었다면 연인의 배신에 단장의 아픔이나 슬픔은 없지 않을까?

소유를 지나치게 경계하지 않았다면, 

재화에 탐닉하는 자신을 책망하는 감정의 이중과세는 

피할수도 있지 않았을까?

느슨한 스판댁스 재질의 Plan B를 만드는 데 너무 늦었을까?


살면서 진정 let it be란 말이 위로가 되는 순간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가끔은 자신에게서 이성의 족쇄를 풀어 보자.

let it be안에 담긴 숙면의 레시피를 나는 맛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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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반대로 존재를 위해 소유가 항상 흔들릴 수 있는 일상에서 Carpe Diem 이 생각납니다.

    내일을 너무 기대하지 말고 오늘 최선을 다하는 그래서 오늘을 즐겨라. 

    목적의식이 들어간 카이로스의 시간을 더듬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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