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1박 2일

keyjohn2015.06.13 18:25조회 수 63댓글 0

    • 글자 크기

하츠필드 공항엔 이른 기상과 공복 커피가 주는 싸한 통증속에

또 비슷한 고단함을 가진 이들이 일상을 향해 대기중이었다.

 

딸의 졸업은 그녀에게 건너가던 용돈이 줄어든 만큼  

내 기대수명도 그 부담만큼 줄었다고 되뇌여 본다

 

코발트색 바닷물을 차고 사뿐히 공항에 안착하는 비행기 안에서 잠시 물새인 듯 황홀했다.

하버드나 MIT 로고가 새겨진 백을 든 사람들 속에서 

기죽어 총총히 걷는 나를 아내는 허리펴고 천천히 가라며 나무란다.

아무래도 서두르는 쪽이 교양과는 거리가 있는 듯해

속도를 줄이니 '아빠 여기야'라며 머리 긴 내가 저쪽에서 걸어온다.

 

렌트카 없이 uber로 다니느  보스톤은 영락없이 서울이었다

구석진 골목에는 후줄근한 사람들이 촛점없는 눈으로 동전을 구걸하고

길거리  카페에는 하루를 무사히 마친 자들의 나른한 휴식이 달콤하게 흘렀다.

 

긴 다리에 하얗고 영어가 편한 자들 속에서

짧은 다리로 종종거리며 더 많은 단어들을 찾으며

무사히 2년을 마친 소중한 피붙이는

애비의 애잔한 마음쯤은  샤부샤부 육수에 말아 단숨에 들이켜 버렸다.

 

자의적이지 않았던 탄생처럼 또 비슷하게 행해진 미국행속에서

아름답다지만 유색인종으로 살아가며 만나는 스트레스를 

몇 푼의 용돈으로 채워주려했던 애비의 셈법을 탓하지 말기로 하자

 

아빠도 몇푼의 달러를 만들기 위해

차가운 은색권총이 정수리에 닿아도 오줌 지리지 않기로 할게

 

찰스강물에 고해성사처럼

몇가지 다짐을 뿌리며 서둘러 1박 2일을 보냈다

    • 글자 크기
추억 (by keyjohn) '안톤슈낙' 을 슬프게 했던 것들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박 2일 2015.06.13 63
1 '안톤슈낙' 을 슬프게 했던 것들11 2020.02.06 104
이전 1 ... 2 3 4 5 6 7 8 9 10 11 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