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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수
- 시인
- 1982년 도미
- 월간 한비 문학 신인상 수상
- 애틀랜타 문학회 전 회장

통증

석정헌2019.07.01 13:56조회 수 43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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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증


           석정헌


오랜 가뭄 찔금 거리든 빗방울조차 구경한지 오래이고

높은 나뭇가지에 걸린 잎 미동도 않지만 흰구름은 눈이 아린다

재잘거리든 새들은 어디로 숨어 버렸는지 지저귐 하나 들리지 않는데

오후의 태양은 타는 듯 내려 쪼이고 검은 아스팔트 주차장은 열기로 울릉거리고 

자동차로 가는 짧은 시간 머리는 숯불을 인 듯 뜨겁고 발바닥은 화끈 거린다

빠른 걸음으로 뛰어가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온도계를 보니 104도다

눈에 쓴 선그라스 뜨겁게 달구어져 양볼이 데인 것 같아

얼른 벗어 통풍구의 찬바람에 선그라스의 열기를 식힌다

100도가 넘는 온도를 보고 나니 더 뜨거운 것 같아 손부채질을 해댄다

한참을 달리니 냉방기 덕에 바람은 시원한데 앉은 자리는 아직도 뜨겁다

집에 가는 차안 냉면이 먹고 싶다고 혼자 중얼거리며 아내의 눈치를 본다


귀찮아 하는 아내를 보채어 냉면을 끓이게 했다

적당히 잘 삶아라는 당부와 함께 싸워장으로 올라간다

다되었다는 약간은 짜증 섞인 아내의 고함 소리 

잔소리 듣기전 얼른 내려가 밥상 앞에 앉는다

오이채와 얇게썬 배 위에 삶은 계란 얹은 냉면 잘 삶아진것 같다

수육이 없다고 투덜거리다 눈 홀기며 째려 보는 아내에게 핀찬만 듣고 

고맙다는 한마디 던지고 젖가락을 든다

시원하고 새콤 달콤한 냉면 아내에게 청해 사리하나 더보태

육수 한방울 남기지 않고 설거지하듯 깨끗이 그릇을 비우고 

잔소리 듣기전 뒷마당 텃밭에 물을 주려 나가다 헛디딘 발 허리가 삐끗한다

약간의 통증을 동반한 뻐근함 허리에 힘이 들어 간다

어둑어둑해진 뒷마당 웬 벌레는 이렇게 많은지

노란 물통 두개에 심은 오이는 벌써 잎이 누릇누릇 영 시원찮고 

텃밭에 심은 고추도 이제 겨우 꽃이 피고 작은 몇개가 달렸을 뿐이고

깻잎도 아직 돌지난 애기 손바닥 보다 조금 크고 색갈도 누렇다

그저 가지만은 년년이 탐스럽게 많이 달렸고 짙은 보라색 기름 바른 듯 반짝거리고

애들 물놀이통에 옮겨 놓은 신선초도 제대로 번져 벌써 몇번인지 솎아 먹었다

못난 고추 오이지만 그래도 풍작을 기대하며 듬북 물을 주고 

들어 오는 내내 허리에 뻐근함과 약한 통증 신경이 쓰인다

소파에 몸을 푹 파묻고 TV로 야구 중계를 본다

브레이브스가 지구 선두를 유지하는 강팀이라 흥미가 더 간다

깍아논 복숭아 맛이 없어 먹지도 않고 포크 끝에 찍어 들고

TV 화면을 응시하다 멎지게 외야로 뻗어 나가는 공을 보고 흥분하여

고함치며 엉덩이를 번쩍 들자 어이없다는 듯 처다보는 아내 

뻐근함과 함께 기분 나쁜 통증이 허리에 온다

아쉽게도 공은 팬스를 넘기지 못하고 야수의 장갑 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앉아 있는 내내 허리가 뻐근하고 불편하여 자꾸 신경이 쓰인다

아내에게 두드리라하니 약한 아내의 주먹에도 숨이 탁 막힐 정도의 통증이 온다

좋아하는 야구 끝까지 보지도 않고 끙끙 거리며 일어나

진통제 한알 먹고 잠자리에 누우니 허리를 펴지 못하여 바로 눕지 못하고

죽부인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 옆으로 누워 잠을 청한다

더운 날씨와 허리의 결림에 깊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니 

그때 마다 허리에 통증이 온다

목은 왜 그리 칼칼 한지 몇번이나 일어나 마신 물

자주 마신 물 탓에 마려운 소변 화장실에 앉았다 일어서다

심한 통증 때문에 일어서지 못하고 그자리에 주저앉아

*골룸처럼 허리 펴지 못하고  끙끙거리다 지독한 통증에 고함 지른다

깜짝놀라 불안한 아내 구급차를 부르고 시끄럽게 도착한 구급차 온동네가 요란하다

남의 고통 무시하고 던지듯이 구급차에 실려 구급대원의 

이름도 들어 본적없는 병원으로 가도 되겠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니 

한참을 가다 그병원에는 자리가 없어

딴 병원으로 가도 되겠는냐는 물음에 다시 고개만 까딱인다

나는 통증의 고통에 숨이 넘어갈 듯 한데 보험증 내어 놓아라 운전 면허증도.....

무지한 인간 끙끙거리며 지갑을 통째 던져 주었다

돌고 돌아 도착한 병원 얇은 옷 하나에 심한 통증 낮추어 놓은 온도 온몸이 떨린다

병상에 누워 덮어준 담요 포근하고 따뜻하다

혈관을 통해 진통제가 투여대는 모양이다

사라지는 통증에 혼혼한 기분 스르르 잠이 든다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뜨니 가까운 지인들이 아내와 나의 흉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울컥 눈물이 난다 무엇이 잘못되어 이런 통증이 오는지

간호원 말로는 아마 요로 결석일 확율이 많탄다

이것 저것 검사도 하고 CT 촬영도 했다

지금까지 한 검사 결과는 아무 이상이 없어니 MRI를 찍어 보라며 퇴원 하란다

지인의 수고로 주치의도 만나고 약국도 가고 통증 병원에도 가서 MRI 예약도 끝냈다

맛있는 점심까지 얻어 먹고 도착한 집 기분이 묘하다

저녁 늦게 도착한 아들 빨리 처분하고 자기들 옆으로 올라오라 난리치며 불안해한다


며칠후 MRl 검사 결과 5번 척추의 디스크가 닳아 신경을 눌려 생긴 통증이란다

약해진 근육이 허리 척추를 지탱하는 힘을 잃어 가니 운동으로 근육을 강하 해야하며

임시 처방으로 주사제를 투여 하란다 지인들의 만류로 아직도 주사는 맞지 않았고

한주먹이나 되는 근육 이완제 진통제 먹지 않고 물리 치료로 버티고 있다


언젠가는 지워 버려야지 하며 결단 내리지 못한 휴대폰에 저장된

나만의 비밀스런 영상과 사연을 죽음의 문턱에 도달한줄 알고 

호들갑 떨며 지워버렸는데 시원하고 섭섭한 사라진 사연이 

아직도 간간히 오는 허리의 통증 함께

아련하게 가슴을 누르는 마음의 통증은 언제 지워지려나


    *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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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밤 파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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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그런 고통을 격으셨군요

    이젠 완쾌하신 듯 하여 다행입니다


    심드렁한 일상이라고 여기는

    별일 없는 오늘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 고생하셨어요... 문학회를 생각하면 반대,

    회장님과 가족분들 생각하면 아드님 의견을 따르시라 해야함이 옳고 참...

    대략난감이란 말이 이런 때 쓰여야겠다 싶어요...


    통증은 견디는게 아닌것 같아요 회장님!!

    주사 맞으셔야 할만큼 아프면 맞으시라 권해드리고 싶어요..

    저도 참다참다(대퇴골무혈관성 괴사 2기 불치병 환자^^ㅋ) 

    이번에 주사를 맞았는데 살만하네요...^^


    어쨌거나 그만하셨길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두분 건강을 위해 함께 기도드립니다.

  • 석정헌글쓴이
    2019.7.4 07:23 댓글추천 0비추천 0

    내 평생 큰 병원엔 처음 가 보았네요

    아파서 숨도 못쉴만큼...

    감사 합니다

  • 석정헌님께

    '통증 '

    제목을 보는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어 

    마음을 가다듬고 글을 읽었습니다

    얼마나 고생하셨어요? 

    그만 하신것 같아 다행입니다  주사를 피하시는것같은데 

    아픈고통보다는 주사로 다스릴수있으면 맞는것이 좋다고 들었어요 

    전문 의사의 말이었기에 그렇게 믿고있습니다. 

    제목이 무서웠었던것은 작년 이맘때 (7월23일) 넘어저 팔이 불어졌었지요 

    그때 통증이 심하여 진통제로 살았던 생각이 떠올라 '통증'이란 제목이

    무서웠습니다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통증같은것 두번다시 겪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수고많이 하셨어요 

    좋은 글 늘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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