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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수
- 시인
- 1982년 도미
- 월간 한비 문학 신인상 수상
- 애틀랜타 문학회 전 회장

여인을 보내며

석정헌2016.11.04 12:04조회 수 122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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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을 보내며


                 석정헌


저렇게 많은 별들이 있는 하늘에

무슨 별이 더 필요하여 벌써 데려 갔단 말인가


친구 같고 동생 같았든 여인

우리의 곁을 떠나 하늘로 향했네

남은 가족의 눈물은 조금도 생각하지 못하는

모진병을 가슴에 숨겨두고

얼마나 불안에 떨다가

그 고통 참지 못하고 우울로 가득한 

이 가을에 꽃함께 허무하게 떠나 버렸네


언제나 웃음 잃지않고 예쁘게 생글거리며

힘든 일도 앞장 서서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우리 앞에서 기쁨을 주든 여인

상대방의 입장을 잘 배려해주든 정 깊은 여인

마지막 단풍 구경도 남편의 일 때문에 취소하고

단풍 구경에서 돌아온 우리에게

생선찜 곁들여 차려준 푸짐한 저녁상

그것이 마지막이 될줄이야


오선생님

쪽파 가져다 놓았으니 오늘 저녁 가져 가셔서

파김치 맛있게 담아 잡수세요

그것이 마지막 통화가 될줄이야

아직도 고운 그 소리 귀에서 맴돌고

파김치는 익고 있는데


안주인이 떠난 횡한 부엌

갓도 소금에 저려 놓았고

무우도 저려 놓고......

갓 무우 씻어 김치라도 담아 놓고 떠나지

무엇이 그리 급해 저려 놓은 갓 무우

김치도 담그지 않고 떠났단 말인가

이제 네가 담은 김치 어떻게 맛보란 말인가


아직도 세월은 창창한데

남은 가족의 눈물은 걱정 하였는지

더럽고 힘든 세상 침이라도 뱉고 떠났는지

기척 하나 없는 이날 옷자락 휘날리며

입 언저리 미소를 머금고

해종일 재잘거리며

돌아올 수만 있다면 김치라도 담아놓고 떠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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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다름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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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석정헌글쓴이
    2016.11.5 08:55 댓글추천 0비추천 0

    미쉘을 보내놓고 내가 이런 글을 쓸줄이야

    꿈에라도 생각 못했는데 실감이 나지 않네요

  • 오 선배님의 작품이 고인에게

    속세를 떠남에 큰 위안이 되었으리라 여겨집니다.


    평소 가까이 지내시는 듯해

    안타까움과 비애가 남다르시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금 먼저 가신것 뿐이니

    그리 여기고

    평상심으로 살아가야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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