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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수
- 시인
- 1982년 도미
- 월간 한비 문학 신인상 수상
- 애틀랜타 문학회 전 회장

고약한 날씨

석정헌2018.07.02 07:02조회 수 10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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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약한 날씨


            석정헌


여행이란 설램으로 잠을 설친 신새벽

여명은 아직도 동녁 하늘 아래 머무는데

갈색향 진한 커피 한잔 손에 들고 

어두운 하늘을 쳐다 본다


폭죽 요란하게 하늘을 수 놓을 연휴를 맞아

남으로 남으로  여섯 시간을 달려 도착한 바닷가 

오는내 하늘에 검은 구름덩어리가 뭉쳐 다니고

멀리선 간간이 번개도 치며 비까지 뿌리드니

호텔에 도착하고나니 제법 빗방울이 굵어 졌다

오랫만의 휴가 비 때문에 망치는 것은 아닌지

죄없는 아내에게 투정을 부리고 괜히 식식 거린다

짐을 풀고 내려와 고픈 배를 해결하고

멍하니 창밖을 보고 앉아있자니 

비오는 하늘이 원망스럽고 짜증이 난다

바다에는 제법 파도 조차 일렁거리고

내일도 비가 온다는 예보에 낚시배 예약도 못하고

오랫만에 늙은 아내와 한침대에 누워 낮잠을 잤다

억지로 눈을 감고 한 30분을 누워있다 벌떡 일어나

옆에 누운 아내에게 라면이라도 끓이라면서 짜증을 낸다

궁실거리며 삶아논 라면에 숨겨온 술한잔

약간은 풀린 기분 스르르 잠이 온다


자다가 느낀 한기에 벌떡 일어나니 춥고 

배도 출출하여 아랫층으로 내려가니

24시간 열어 놓는다는 호텔 카페테리아 

열시가 조금 넘었는데 문을 닫았고 

긴옷을 준비 못한 아내의 춥다는 성화에

근처 마트에 군것질꺼리와 긴옷을 구하려 갔다가

주차할 자리를 찾지 못해 한참을 돌며 

머리 갸웃거리며 들어선 마트안 

인산인해라는 말이 모자랄 정도로 북새통을 이루고 

물건 실을 카트도 군것질꺼리도

남아있지 않아 몇번 돌아보다 집어든 과자 

한참을 줄서서 기다리다 던저놓고 가까운 드럭 스토아로 갔다

거기도 복잡하기는 매한가지 과자 몇개 들었다 놓고 그냥 가자하니

참을성 없다는 아내의 잔소리에 할 수 없이 줄을 선다

내일은 비가 오지 않아야 할텐데 

생선회 몇점에 술한잔 마시며 즐거워 할 친구들 생각

낚시배를 못타면 어떻게하나 하는 안타까움

생선 가계에서 구입이라도 할까 

몇마리나 살까 그 생선 싱싱할까 

이생각 저생각하며 과자봉지 몇개 들고 멍하니 서서

비오는 창밖을 보며 긴줄 차례를 기다린다


전날 마신 술 때문인지 타는 듯 한 갈증에 부스스 뜬 눈

물병 하나 들고 내다본 바다 하늘은 흐리고 제법 파도가 높다

깔깔한 입안 뜨근한 라면 국물이라도 먹으면 좋으련만

아랫층 카페테리아의 아침을 먹으려 내려 가자는 아내의 명령에

내키지 않는 발걸음 빵조각 계란 소세지 입안에서 뱅뱅 돌리다

커피만 몇잔 마시다 일어서 선창으로 향했다

예약된 배는 30여년 전에도 타본 Capt. Anderson 이란 낚시배

약간 높은 파도가 염려 스러웠지만

배는 예정된 시간에 75명의 낚시꾼을 싣고 출발 했다

조짐이 좋지 않았다 내해를 벗어나니 무엇이든 붙잡지 않고는

몸을 가눌 수 없을 만치 흔들린다

1 시간 여를 달려 내려진 낚시 내자리는 2번으로 선수 쪽

무엇 하나 의지 할 곳 없는 고약한 자리

두번째 내린 낚시줄 엉커버려 끊어 버리고 더는 버틸 수 없어

선실로 들어와 누워 버렸다 흔들리는 몸뚱아리 찌끈거리는 머리

온몸을 비비 꼬다 살짝 잠이 들어나 보다 

낚시가 끝나 돌아 간다는 선장의 안내 방송

찬 바람이라도 마시려고 나간 바깥

여러 낚시꾼들의 잡은 고기를 줄에 걸어 놓았는데

내 옆자리 나와 줄이 엉컸든 75번 여인이 근 3 피트 짜리 대어를 낚았다

억울한 마음이 살짝 들었다 파도가 높지만 않았으면 내가 낚았을 수도 있었는데

고약한 날씨를 원망하며 돌아온 선창 비린내만 진동하고

하늘은 아직도 잔득 찌푸려 있고 고픈 배 피곤한 몸 식당으로 향한다

맛있는 음식 히히덕 거리며 놓친 고기가 더 컷다는 무용담을 자랑한다

돌아온 호텔 잔득 찌푸린 하늘 드디어 비가 내린다

멍하니 바라보는 비오는 바다 이렇게 허무하게 휴가가 끝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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