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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수
- 시인
- 1982년 도미
- 월간 한비 문학 신인상 수상
- 애틀랜타 문학회 전 회장

사냥터 일기

석정헌2017.07.05 15:56조회 수 46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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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냥터 일기


                석정헌


꾸물꾸물 흐린 하늘 바쁜 구름 왔다갔다 하는 

독립 기념일 연휴 북적거리는 애틀랜타 공항

두근 거리는 가슴 안고 오후 해거름에 출발하여 

4시간 여를 날아 도착한  열사의땅 아직도 환하고

23년만에 다시 찾은 뜨거운 라스베가스

슬릇머쉰으로  맞이하는 공항 부터 남다르다


복잡하고 후끈거리는 길을 달려 도착한 호텔

입구가 사냥터로 시끄럽고 복잡하다

짐을 풀어 놓자 말자 벌어 놓은 세시간이 아까워

아내의 잔소리를 뒤로 한 체 단숨에 뛰어 내려온 사냥터

사냥꾼 들의 탄식소리 환호소리 왁짝거리고

담배 입에 물고 카드만 뚫어져라 쳐다 보는 사냥꾼

어떤 노루가 잡기 쉬운지 어썰렁 거리며 눈치 보는 사냥꾼

손에 든 술잔 기울어 지는 줄도 모르고 조준 중인 사녕꾼

실탄이 없어 빈 총만 들고 정조준 중인 사냥꾼의 뒤에서 훈수를 두고

칩을 구걸하는 빈총 든 사냥꾼들 한심스럽고

다섯시간을 수백발 발사 했지만 헛방만 쏘다

화난 노루 뒷발에 차여서 이빨 하나가 빠져 버렸다

아픈 이빨 감싸쥐고 잠에 못이겨 쓰러져 잠이 들었다


한숨 자고 다시 내려온 사냥터 겨우 임풀랜트로 부러진 이빨 보충하고

듣기 싫은 아내의 잔소리와 호통에

코뚜레 꿰어 도살장에 끌려 가는 소같이 

고삐 잡혀 라스베가스 시내 구경에 나셨다

곳곳에는 뜨거운 햇살 아래 많은 인파들

합법화된 마리하나를 구입하려는 420들의

질서정연하게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

이제 완전한 환락의 도시로 만들 작정인 모양이다

6852개의 방을 가졌다는 MGM 호텔  

23년전의 그 화려함은 세월에 장사 없듯이 낡아 퇴색 하였고

앉을 자리가 없든 사냥터 마져 설렁하고 얼씨년스럽기 까지 하다

그리고 가는 호텔 마다 널린 사냥터 침만 삼키며 곁눈길 보내다 

아내의 고함에 가까운 핀찬 소리에 깜짝 놀라 

내일을 위해 다소곳이 고개 숙이고 끌려 다니다

푸짐한 만찬을 기대하며 도착한 이름난 부페 식당

식사비만 일인당 47불 술값이 20불 옹골차게 비싼 식당

내가 가본 식당중 가장 화려하지만 맛없는 음식 

돈 아까운 생각에 아내에게 괜히 트집 잡아 투덜 거리지만 

머리속은 오직 사냥터 노루와 21만 왔다갔다 한다

아내에게 온갖 아양 다떨고 세시간만 약속하고

돌아온 사냥터 꼬리도 잡아 보지 못하고 밤을 세우다

잠한숨 못자고 훗날을 기약하며 새벽에 그랜드캐년으로 출발 하였다

후버댐을 우회 시킨 새로운 길이 뚫였고 조경 공사가 한창이다

황폐한 사막 한가운데로 쭉 곧은 시원한 도로 그러나 바깥은 무덥다

다섯 시간을 계속 오른 7000 ft 언덕 시원하게 부는 바람의 넓은 평원

23년 만에 다시 내려다 본 계곡 아찔함에 화들짝 놀라 한발짝 물려 선다

안전망을 벗어나 멀리 계곡의 언저리에 쭉 둘려선 개미 보다 조그만 인간들

거대한 자연에 경의감이 생기는 어마어마한 계곡 신비롭기 까지하다

5000ft 아래 파란 콜로라도강 그 위에 걸린 저 세상으로 가는 입구 같은 다리 

누가 다니는지 섬짓한 가슴 펄떡 거린다

많은 사람들에 둘려쌓인 다람쥐 사람들이 던져 주는 과자 부쓰러기애

맛을 들이고 사람들과 친해져 사람 겁을 내지 않는다

인간의 음식에 맛을 들여 자연을 멀리하여 살찐 다람쥐

비만에 얼마 지탱 할 것 같지 않다

계곡의 가장자리를 둘려선 많은 잣나무 호기심에 열매 하나를 슬쩍 했다

눈앞에 펼쳐진 장관도 덥다는 핑계와 배 고프다는 투덜거림

그놈의 사냥터가 눈앞에 아련그려 괜히 심통이 난다

다시 한번 자연의 경이로움에 찬사를 보내고 돌아 오는 길

배가 고파 들른 식당가 I MAX 극장 관객의 줄은 기다랗게 써있고

입속에서 뱅뱅 도는 피자 조각 간혹 들리는 우리말 소리 

차가운 소다만 마시다 돌아 오는 길 

저녁 사냥을 위해 차안에서 계속 잠만 잤다

아내의 호통 소리에 번쩍 눈을 뜨니 코리아 타운의 한식당

반가운 우리 음식 매운탕에 구운 생갈비 차돌백이에 마신 맥주

포만감과 시원함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30년이 넘어 살고 있는 이 곳 잠시 잊고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나는 한식이 입에 맞는 한인임을

호텔에 돌아와 내려온 사냥터 노루꼬리만 몇번 잡았다 놓지고

늦은 시간 잠을 청해 두세시간 자고

아내의 손에 코뚜레에 묶인 고삐 잡혀 체감 온도 115도의 거리로 나선다

사냥터 생각에 건성으로 하는 호텔 구경 터벅터벅 따라 다니다

힘도 좋은 여편네 하며 속으로 중얼거리고

빨리 사냥터에 돌아 가고 싶은 마음 뿐인데

세시간만 놀고 오기로 약속하고 돌아온 마지막 사냥터

몇번의 명중으로 뿌러진 이빨 찾아 끼고 올라와 

고픈 배 라면으로 달래고 잠을 청한다

뻭뻭거리며 울어되는 알람 소리 번쩍 뜬 눈 7시 비행기를 타려

로비로 내려 가니 5일간 정 들었든 사냥터가 눈 앞이네

아쉬움에 한참을 바라 보다 열사의 거리로 나서 공항으로 향한다


돌아온 내고향 시원한 빗줄기가 우리를 맞았고 

순두부 한그릇으로 허기를 달래고 집으로 향했다

뒷마당 텃밭으로 쫓아 간 아내 오이 가지 고추 수확에 여념이 없고

소파에 반쯤 누워 TV를 보며 노루 사냥터는 잊었고

멀리서 펑펑거리는 폭죽 터지는 소리 독립기념일임을 상기 시키고

기분 좋은 피곤 자는둥 마는둥 멍하게 돌아온 일상 너무 평안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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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일정이 마치 내가 간듯 세세하게

    흥미롭게 ...재미나네요.


    갬블은 본전치기는 하신걸로 이해되는데...

    혹시 잃으셨더라도 스트레스는 푸셨으니 됬죠?


    저도 혹 가면 비싼 뷔페식당 가봐야 지...

    즐감!!!

  • 석정헌글쓴이
    2017.7.5 18:50 댓글추천 0비추천 0

    그 식당 절대 가지 마세요

    맛도 없고 써비서도 억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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