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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수
- 시인
- 1982년 도미
- 월간 한비 문학 신인상 수상
- 애틀랜타 문학회 전 회장

잡초와 노숙자 그리고

석정헌2019.01.19 06:33조회 수 2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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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초와 노숙자 그리고


                       석정헌 


바쁜일 대충 끝내고 따뜻한 차한잔 손에 들고 멍하니 내다본 창밖 비는 추적거리고,

극장 높은 담장에 가로 막힌 답답함 우울을 더한다.


언제 부터인지 가계 맞은편 따뜻한 태양 하루 종일 내리쬐는 극장 비상구 계단 아래 

노숙자가 자리를 잡았다.

허름한 큰 가방 하나 손에는 작은 누런 봉투 아마 술일 것이다.

한참을 죽은 듯 누워있드니 자리를 비웠다 

어슬렁어슬렁 돌아와 벽에 기대고 무너지 듯 앉은 손에는

작은 봉투, 구걸한 돈으로 구입한 술일 것이다.

맛있는 표정으로 홀짝홀짝 몇모금 마시고 두다리 쭉뻗고 차가운 벽에 기대어 

세상 다 가진 얼굴로 해바라기하든 노숙자 오늘 아침 출근길에 비는 내리고 차가운 날씨,

꿈쩍도 않기에 안타까운 마음 다가가 보니 숨은 쉬고있다.

덮고 있는 이불 반쯤 비에 젖어 축축한데,

술에 취해 깊이 잠든 모양이다. 저사람은 과거를 떼어버렸을까? 아니면 간직하고 있을까 ?

머리맡의 작은 봉투 속 반쯤 드러난 술병, 추운 날씨에도 

갈라진 바닥 틈새를 비집은 잡초, 그 강인함에 가슴이 울컥한다.

일어나면 찾아가지 않은 이불 하나 주어야 겠다 생각하며 가계문을 연다


어제 구운 굴파전, 미나리전은 뎁히고,

된장찌게, 스토브 위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데,

갑짜기 요란한 여러대의 소방차 사이렌 소리

문을 열고 빨리 대피하라는 소방관의 고함 소리

영문도 모르고 입은 체 뛰어나오니

수많은 소방관들과 멀리서 웅성거리는 인파,

노숙자에게 발로 툭툭차며 일어나라 고함치는 소방관,

비에 젖은 이불 들고 벗은 발로 세상 바쁠일 없다는 듯 비틀거리며 어슬렁어슬렁 

옆 건물 쪽으로 가는 노숙자 지금도 술이 취한 모양이다.


며칠전 부터 시작돤 하수도 공사로 파헤친 도로 

개스관을 파손 시켜 온동네가 개스 냄새로 코를 찌른다.

완전 무장한 수많은 소방관들 어지럽게 움직이고

얇은 옷 하나만 걸친 나와 아내 추위에 떨고 있으니

이웃 커피 가계에 일하는 종업원 자기 자켙을 벗어

아내에게 입어라 한다 고맙게 거절한 아내,

옆 건물에 24시간 문을 연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

커피 한잔에 팬케익 한조각, 아침을 대신한다.

궁금하여 앉아 있지 못하고 나오니

개스회사 차가 땅을 파고 있는데 작업자가 열명은 되는 것 같다.

개스 파이프는 고쳐 누출은 막은 것 같은데,

그러나 냄새는 아직도 온동네를 진동한다.


추운데 이제 옷을 가지려 들어가면 되겠느냐고 청을 한다.

잠깐 기다리라하고 상관과 의논을 하더니 같이 들어가자 한다.

얼른 들어가 뚜꺼운 옷과 전화기를 들고 나와

자동차를 가져 가려하니 시동 걸때 불꽃이 튀기 때문에 안된단다.

궁금한 마음에 멀리 가지도 못하고

그져 가계 근방을 왔다갔다 한다.


두어시간이 넘게지나 소방차 한대만 남기고 모두 돌아간 것을 보니 이제 다 마무리 돤 모양이다

들어선 가계안은 아직도 냄새가 심하다.

추운 날씨지만 문을 활짝 열고 팬을 돌려 공기를 순환 시켰다.

문득 생각난 노숙자 이불하나 들고 찾아가니

비에 젖은 이불 주차장 담장에 걸쳐 놓고 멍하니 서있다.

이제 비는 그쳤지만 추운 날씨 뗏국에 절은 젖은 옷에 벗은 발

5불짜리 하나 손에 쥐어주고 돌아서니

벌써 마켙쪽으로 간다 빵이라도 사서 먹으면 좋으련만 아마  술을 사겠지

어떻게 할 수 없는 안타까움 그저 멍할뿐이다.

귀 따가운 바람, 반쯤 비에 젖은 몸뚱이, 차가운 시멘트 벽에 기대어 또 술을 마신다 .

바닥 틈새를 밀고나온 잡초와 계속되는 중얼거림의 노숙자 만족한 표정으로 스르르 눈을 감는다.

추운 겨울 금간 바닥 틈 사이의 잡초와 노숙자 그나마 조금씩 자라고 있든 자아마저 성장을 멈추어버린 나, 멍하니 궂은 하늘 바라보다 살아있음에 머리 숙여 감사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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