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좋다/ 천양희
노을에 물든 서쪽을 보다 든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본다 요즘 들어 든다는 말이
진실로 좋다 진실한 사람이 좋은 것처럼
좋다 눈으로 든다는 말보다 마음으로
든다는 말이 좋고 단풍 든다는 말이
시퍼런 진실이란 말이 좋은 것처럼
좋다 노을에 물든 것처럼 좋다
오래된 나무를 보다 진실이란 말에
대해 생각해본다 요즘 들어 진실이란
말이 진실로 좋다 정이 든다는 말이 좋은
것처럼 좋다 진실을 안다는 말보다 진실하게
산다는 말이 좋고 절망해봐야 진실한 삶을
안다는 말이 산에 든다는 말이 좋은 것처럼
좋다 나무그늘에 든 것처럼 좋다
나는 세상에 든 것이 좋아
진실을 무릎 위에 길게 뉘었다 - 시집『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창비, 2011)
........................................................ 천양희 시인은 시를 40년 이상 써온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시인이다.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는 6년 만에 낸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이다. 시인의 시는 대개 담백함 가운데 물 흐르듯 자연스런 달관이 느껴지는데 이 시도 그렇 다. 그 달관은 물론 격정과 고통을 통과하고 긴 사색과 응시를 거쳐 발효된 경지이다. 오히려 섣부른 기교나 수사가 없기에 곧장 대상의 핵심에 가닿고 진정성이 더 또렷이 부각된다. 그래서 그의 삶과 사람과 자연에 대한 고뇌는 더욱 깊어지고 묵직해졌지만 표현은 한결 더 투명하고 부드러워졌다.
그런데 ‘든다’라는 말의 쓰임새는 참 많으나, 시에서처럼 하나같이 좋은 의미거나 좋은 용처에 쓰이는 것만은 아 니다. 볕이 들면 그늘도 들겠고, 풍년이 들면 가뭄이 들어 흉년도 든다. 미운 정 고운 정은 다 정든 임에게 스며든 정 분이라지만, 드는 정은 몰라도 나는 정은 안다. 누군가에게 친근감이 들면 불길한 예감도 들고, 주눅이 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