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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겨울

 

- 석당 윤석구-

 

 

노인의 겨울은

꼼짝도 할 수 없는 감옥 같습니다

문도 잠겨있지 않고

간수처럼 지키는 사람도 없는데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감옥 같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갑자기

까꿍 하고 찾는 것 같이

첫눈이 오는 날에도

반갑게 뛰어나가 손잡지 못하고

그리움만 뛰어나가

설렘만 뛰는 그런 추운 겨울입니다

 

방 안 온도를 25도 넘게 켜놔도

살갗과 마음은 차갑기만 한 겨울입니다

 

젊은 날에는 고즈넉한 산장

벽난로 앞에서 좋은 사람과 군밤 같은 

이야기와 꿈을 나누고

하얀 눈밭 위에 사진도 찍었던 겨울이었는데

이젠 추억도 녹아

기억의 추녀 끝에  고드름으로 달립니다

 

문풍지 바람에도

건초처럼 말라 버린 노인의 무게는 흔들립니다

그러나 노인도 봄이 온다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어

가슴에 촛불을 키우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아  봄이여!

꽃샘바람으로 오지 말고 봄바람으로 오서서..

 

 

 

 

2023년 12월 3일 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