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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길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EXECUTIVE ONLY” – 그 30년 후의 미국

마임2015.04.06 12:27조회 수 10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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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초상 - 그 30년후의 미국                                                                      

미국의 기성세대는 마약에 젖어 있다.

30여 년 ,수필문학에서 읽은 'EXECUTIVE ONLY'라는 의 주제이다. 일본의 언론인이 미국에서 살다가 일본으로 돌아가서 자신이 보고 경험한 미국의 저변 문화를 서술한 내용이었다. 같은 생활비를 지출 했을 일본과 미국에서의 삶의 질을 비교하기도 했다.   처음 보는 단어에 이국적인 흥미를 느끼며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예를 들어 회사의 주차장에 '이그제큐티브 온리' 라는 팻말이 있으면 일반 사람은 그곳에 주차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그제큐티브 온리' 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식당은 회사의 경영자만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체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 글이다 그리고 사업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권리와 대우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그는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상류 사회 사람들이 어떻게 마약에 젖어드는지에 대해 이야기의 점을 맞추어 갔다.

나는 글을 읽은 다음 얼마 미국에 오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의 기성세대가 마약에 젖어 있다 그의 말을 실감할 있었다. 내가 미국에 처음 왔을 해도 미국사람들은 건축 현장에서 스스럼없이 대마초를 피웠다. 어느 현장에서나 흔하게 있는 모습이었다. 쉬는 시간이면 우리나라의 농촌에서 막걸리를 마시듯 둥그렇게 둘러앉아 대마초를 피우곤 했다. 내가 그들의 옆을 지나가면 You want some?”(너도 할래?) 하며 피던 대마초를 권했다. 미국에서는 허가가 술집이나 식당을 제외하고는 공공장소나, 야외, 또는 길거리에서 술을 마실 없다. 점을 미루어 생각할수록, 마치 인심 좋은 동네 아저씨처럼 술도 아닌 대마초를 권하는 미국 사람들의 모습이 눈엔 너무 신기하게 보였다. 아이들 얘기로는, 고등학교에서도 마약과 섹스에 관한 이야기를 못 하면 같은 반 아이들과의 대화에 끼어들 없었다고 한다. 마약이 기성세대의 전유물만은 아니었다.

현재 미국은 이미 50 주가 사실상 대마초를 허용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에 콜로라도와 워싱턴 에 이어 알래스카와 워싱톤 DC에서도 대마초를 합법화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소량(1온스 28.35g), 또는 2 온스 대마초 소지를 허용한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다른 주에서도 대마초에 대해 별다른 규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대부분의 주법은 소량의 대마초 일지라도 다른 용기에 분산시켜 나누어 가진 것을 범죄시한다. 이상의 용기는 매매를 위한 것이라고 간주한단다. 어떻게 보면, 말은 판매만 하지 않는다면 대마초가 떨어질 때마다 언제든지 다시 채워(refill) 넣어도 괜찮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대마초의 합법 캠페인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이렇다. 첫째, 대마초는 술보다 해로우므로 이의 합법화는 수많은 교통사고와 폭력 범죄행위를 일으키는 주류 소비량을 감소시킨다. 둘째, 대마초 불법화로 수십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지하경제를 조장하고 이를 노린 범죄조직 활동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양산되기 때문에 차라리 대마초 산업을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 셋째, 연방정부가 국내, 국외에서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야기되는 막대한 예산의 절감과 인명피해를 감소시킬 있다는 것이다.

일찍부터 캘리포니아에서는 의사의 처방에 따를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있었다. 그에 따른 품질개선을 위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대마초 처방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생겼고, 상표가 표시된 대마초 제품을 편의점에서 있으며, 요리에 넣을 있는 첨가제나 쉽게 마실 있는 드링크제 대마를 응용한 여러 가지 제품이 개발되었다. 얼마 전엔 위그로(WeGrow) 이름의 대마초 슈퍼마켓이 수도인 새크라멘토에 문을 열었다. 위그로에선 대마초 재배를 위한 모든 것을 판매한다. 만약 미국의 50 주가 공식적으로 모두 대마초를 합법화한다면 대마의 일곱 갈래 이파리 문양을 성조기(Star-spangled banner) 50개의 별과 함께 그려 넣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올 것도 같은 분위기다. 미국은 이제 대마초 합법화라는 국면의 점입가경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 대마초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불안 요소가 팽배해 있다. 사회적 쟁점이 되는 동성애 문제, 1천만 명이 넘는 불법 이민 문제들도 있지만 가장 문제는 주름이 잡힌 경제이다. 현재,  6천만 이상의 국민이 후드 스탬프(EBT) 의존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은 엄청난 전쟁비용 덕분에 국내총생산(GDP) 3~4% 가까운 만성적자를 가져 왔다. 15조억 달러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액수의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은 말 그대로 재정 절벽(fiscal cliff)이라는 절벽에 매달린 셈이다. 우리가 아는 바대로 미국은 빚더미 속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빚을 탕감해야만 한다는 암담한 소리까지도 들린다. 그나마 민주주의를 꽃피운 미국의 자유정신조차, 물러서지 않는 군사적 패권주의로 오염되어 가고 있다. 세계는 이제 미국을 더는 존경과 선망의 눈으로 보지 않는다. 미국은, 경제도 정치도 사회도 모두 암울해 보인다. 미국은, 이미 회생 불능의 상처를 입고 몸부림치는 거대한 공룡이었던 로마제국의 전철을 밟아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영원한 제국을 꿈꾸던 로마가 멸망시킨 것은 게르만족이다. 그러나 아널드 토인비는 그의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남다른 로마의 사망 진단서를 제출했다. 로마의 멸망 요인이 외부의 침입 때문이 아니라 내부에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로마의 사망 원인은 '' 자살에 속한다는 설명이다. 로마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잘못된 제도 등으로 병상에 누워 신음하는 노인이었는데 게르만 족이 그의 마지막 숨을 끊은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탄생하고 몰락했던 26개의 문명사회를 파헤친 토인비를 쫓아가다 보면, 멸망 직전의 로마처럼 병으로 신음하는 또 하나의 문명 세계를 만날 있다.

그러나 내가 살아 본 미국은 꼭 절망적이지만은 아닌 느낌이 든다. 미국을 좀 알게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내가 미국 사람들이 부러웠던 것은 자녀의 관계이다. 미국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식의 미래에 관한 문제에서 자녀들과 갈등이 없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거의 모든 결정을 자녀들에게 맡긴다. 미국의 부모는 자녀에 대해 명령자가 아니라 안내자나 조력자에 가깝다. 자녀들을 인격적으로 대한다. 집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는 동안 그들이 얼마나 자녀들에게 곰살궂게 하는지 눈물겨울 지경이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부모는 반갑게 맞이한다. 태도나 말투가 여간 다정스러운 것이 아니다.   

 "오늘 학교에서 어땠어?"  

 "재미있었어?"                                                                                       

"잘 되는 거지?"                                                                

방과 후 집에 돌아오는 자식들에게 따뜻한 말 건네 본 기억별로 없는 나는 그런 미국 사람들의 모습에 가슴이 저린다.

비우량 담보 대출 사건을 기점으로 드러난 탐욕스러운 금융 비리가 미국을 공황에 빠뜨리긴 했지만, 다수의 미국인은 부지런하고 검소하며 준법 정신이 강하다. 미국 사람의 정신 구조와 일반적인 생활 습성은 바르 건전하다. 동양 사람이건 서양 사람이건 사람은 마찬가지 이지만 미국의 문화는 우리의 옆을 지나 멀리 몇 십 년을 앞서서 걷고 있는 하다.

미국의 문제에 접한 모든 관계 법령들은 왠지 모두 허술하게 보인다. 그러나 바탕에는 법을 시행하기 이전에 인권을 먼저 중요시하는 미국의 문화가 있다. 미국은 1620, 메이플라워를 타고 종교의 자유를 찾아온 102명의 청교도 인이 개척한 나라이다. 40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선조의 개척정신이 배어있다. 미국은 나라를 찾아오는 우리 같은 나그네들에게 관대한 이민 정책을 펴고 있다. 그리고 지난 세기 동안 세계에서 꿈을 안고 찾아드는 이민자들의 안식처가 되었다. 제도 속에 잠재해 있는 역량과 일상 가운데 보이는 관습이 미국의 참된 수도 있다.

2 차 세계 대전 이 후에 누려왔던 풍요가 미국을 병들게 하고, 현실은 만만치 않은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미래를 예고한다.                                  

하지만 미국은 다가오는 어려움을 극복할 저력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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